홀딩 미드필더란?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경기를 이기기 위하여 가장 안전하고 보장된 방법은 중원 장악을 통한 경기를 지배하는 플레이일 것입니다. 특히, 압박축구, 토탈싸커가 각광받는 현대 축구에서 중원 장악은 모든 팀들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이 중원 장악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중에서도 특히나 '홀딩' 미드필더라고 불리는 선수들이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들 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물론 '홀딩' 미드필더라는 용어는, 유럽, 특히나 축구 전술의 천국인 이탈리아에서의 의미는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와는 상당히 다른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그냥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의미로 '홀딩' 미드필더를 사용하겠습니다.
제가 정의하는 홀딩 미드필더는 '수비라인 바로 위에 위치하여, 상대 공격의 예봉을 끊고, 공격 작업의 첫 패스를 시작하는 선수'입니다. 이 홀딩 미드필더들은 위에서 보다시피 수비와 공격의 시발점이고, 토탈싸커를 구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의 선수이기 때문에, 각팀의 홀딩 미드필더의 기량은 팀의 성적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마켈렐레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첼시로 이적한 이후, 두 팀의 경기력이 극명하게 뒤바뀐 점은 축구팬들에게는 많이 회자되는 경우입니다. 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경이 로이킨의 노세화/방출 이후, 마스체라노, 두셰르, 세냐, 가투소, 심지어 비에이라까지 수많은 수비형 미드필더들과 연결되었고 무려 1년이 넘도록 하그리브스에게 러브콜을 한 이유도 같은 이유입니다.
맨유의 경우, 지난 시즌 폭발적인 득점력과 무결점 4백의 힘으로 리그 우승과 챔스 4강을 이루어낸 맨유지만, 이는 상당히 불안한 성과였습니다. 리버풀과의 홈경기, 첼시와의 2경기, 로마와의 홈 경기를 제외한다면은 맨유는 타 강팀을 상대로 중원을 쉽게 갖고가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스콜스와 케릭으로 이루어진 중원은 적당한 활동량과 타팀을 압도하는 패스 능력으로 중원을 장악할 수 있었지만, 강팀의 중원을 무너뜨릴 기동성과 수비력은 보유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동성과 수비력은 홀딩 미드필더에게서 오는 것이죠. 상대가 강한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유했을 경우, 활동량과 피지컬에서 밀린 스콜스-케릭은 전진에 어려움을 겪었고, 강한 공격형 미드필더의 경우, 수비에서 확실하게 잡아두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밀란의 가투소가 전자이고, 카카가 후자의 경우였던 거죠. 공격에서 가투소에 밀려 미드필드가 전진하지 못하자, 루니, 호나우도는 고립당하였고, 반대로 카카를 수비에서 잡지 못하여 가뜩이나 부상으로 무너졌던 수비진은 산시로에서의 굴욕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산시로에서 가장 우렁차게 울려펴진 이름은 공격을 이끈 카카도, 오랜만에 골을 집어 넣은 질라르디노도 아닌, 가투소였다는 점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경기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력한 공격형 미드필더를 지닌 팀은 크디큰 기복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공미 스스로의 기복이 없다고 하여도, 공미는 공격을 관장하는, 경기 전체의 의미에서 보면은 반쪽 짜리 선수입니다. 수비에서의 공이 미드필드를 거쳐서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아무리 공격형 미드필더가 뛰어나도, 수비에서 이미 무너진 팀은, 구제 할 수가 없습니다.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고 하지만, 안정된 수비가 없다면은 사실 공격 전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대로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를 안정화 시킨 팀은 최소한 경기를 무승부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됩니다.
믿기지 않으신다고요? 이번 시즌 토튼햄과 미들스보로를 비교해보죠. 지난 시즌까지만해도 토튼햄은 epl 부동의 5위로 자리를 잡고 챔스 진출권을 호시탐탐 노리던 강팀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팀 중 하나이죠. 이 이유는 확실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와 킹의 부재입니다. 지난 시즌 토튼햄은 제나스의 공격 전개와, 허들스톤의 장족의 발전으로 4-4-2에 상당히 적합한 미드필드 진을 완성하였고, 부족한 홀딩의 역할은 수비진의 리더인 킹이 수행을 하면서 5위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제나스는 실망스러운 모습의 연속이였고, 조코라는 도저히 영입 당시 기대되었던 자물쇠의 모습이 없고, 허들스톤도 더 이상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중원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다가 킹이 부상을 당하면서 수비진이 완전히 무너진 거죠. 로빈슨의 잦은 실수도, 사실 수비진이 무너지면서 더욱더 문제가 된 것입니다. 로빈슨은 언제나 실수를 하는 문제점을 앉고 있었지만, 킹이 수비를 조율하면서 필요시에 수미의 역할까지 수행을 해주면서 팀의 부족한 점을 매꾸어서 수준급의 키퍼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이런식으로 수미의 부재로 생긴 토튼햄 수비의 구멍은 토튼햄이 현재 epl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는 팀이면서도 강등권을 해매게 만들었습니다. 반대로 미들스보로의 이번 시즌 공격력은 정말 눈물나죠. 지난 시즌 epl에서 가장 위협적인 투톱중 하나였던 비두카와 야쿠부를 모두 팔고, 들여온 미도, 툰카이, 알리디에르는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하고 있고. 이동국 선수도 리그 데뷔골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간혈적으로 터져주는 다우닝의 매직과, 아르카 등의 미들진의 활약으로 패배를 면하지만, 사실 미들스보로의 강점은 보아텡 선수라는 수준급 홀딩 미드필더입니다. epl에서 가장 강한 몸싸움을 하는 선수 중 하나이고, 강력한 태클, 넓은 활동량, 윙을 볼 정도로 정확한 편의 패스 능력에다가 리더쉽까지. 홀딩 미드필더로서 필요한 덕목을 적절히 갖추고 있는 보아텡 덕분에, 우드게이트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은 한층 더 안정되었고, 정말 안습적인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강등권을 벗어나있는 모습입니다 (간신히 벗어나있기는 하지만, 사실 강등될 것이라고 보이지 않습니다... 토튼햄은 킹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대책 없는 모습).
홀딩 미드필더가 이렇게 중요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토탈싸커에서 어떤 전술적 움직임이 주요한지를 보시면 더 이해가 쉽습니다. 압박축구와 토탈싸커가 목표하는 바는 수비의 안정을 갖고 오면서도 가장 많은 숫자가 공격을 해낼 수 있기 위함입니다. 4-3-3을 기본으로 보았을때, 공격시에 수비에 남는 4명의 선수는 키퍼, 중앙 수비 2명, 그리고 홀딩형 미드필더입니다. 여기서 홀딩 미드필더가 공격을 위해서 자리를 이탈한 선수들의 수비 범위를 받쳐주는 역할을 맏습니다. 포지션 파괴와 창조의 토탈싸커에서 이 홀딩형 미드필더가 무한히 유기적인 움직임에서 생기는 빈틈을 모두 매꾸어 주면서 팀이 붕괴 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수비시에 압박 수비를 위하여 가장 많이 뛰어다니는 선수가 홀딩 미드필더이게 만들고, 그들의 위치는 (수비라인 바로 앞의) 자연스럽게, 수비에서 끊어낸 볼을 공격으로 전개하는 시발점이 되게 만듭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홀딩 미드필더들 (ex: 로이킨, 비에이라, 마켈렐레, 가투소 등)의 패스 성공률이 왠만한 공격형 미드필더 못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물론 패스의 성격이 매우 다르지만).
점점 더 발전해가는 축구 전술. 2000년도 초기까지만 해도 전술의 핵심은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있었습니다 (지단, 후이코스타, 호나우딩요, 카카, 스콜스 등). 하지만 전술이 점점 발전해 감에 따라 전술의 초점이 점점 아래로 내려오게 되었고 현재는 중앙 미드필드의 자리의 선수들이 각광 받고 있는 추세죠 (사비, 파브레가스, 피를로, 제라드, 이니에스타, 데코, 무팅요 등). 하지만 사실 이런 모든 선수들이 활약하고 주목 받기 전에 그들이 진정하게 빛나도록 구슬땀을 흘리면서 팀을 위해 헌신하는 홀딩 수비형 미드필더들, 이들의 중요성을 잊으면 않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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