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_ 『푸른 밤의 여로』
나를 괴롭히는 메타포
김영남
'애리' '애나' 이런 이름들은 자란다. 자라서 가지를
뻗고 잎을 매단다. 가을이 되면 말랑말랑하게 익고 만
지면 빨갛게 상기한다. 까마득한 시간 속에서......
그 이름이 남긴 사연은 늘 높은 곳에 매달리는 속성
이 있다. 아름다운 것일수록 쳐다보면 고개가 아프고,
장대로 따 간직하려 하면 쉽게 떨어져버린다. 떨어지
면 그곳에서 또 번식을 시작하고 계절이 바뀌면 싹을
틔워 꽃을 피운다.
그것은 내 집 마당에 열리는 감이다. 그 밑 우리 속
의 번식력 강한 토종 돼지이다. 젖 달라고 자주 보채
는 그 새끼들이다. 그때 기둥 곁에서 부시럭거리는 염
소다. 담장 위의 고양이다. 쥐다. 벼룩이다. 아! 이런
게 아닌데......
다시 거기를 빠져나오면 그것은 쥐도, 고양이도,
돼지 새끼도 아니다. 절대 그런 곳에 떨어져 추한 모
습으로 분열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 추억은 사슴이다. 빨간 물방울 원피스
를 입은 꽃사슴이다. 그 꽃사슴이 따먹는 산수유다.
산수유가 루비처럼 익은 덕유산이다. 덕유산 속의야
생 짐승들이다.
이 모든 메타포를 간직하고 괴롭히는 이름이 내게
있다.
- 김영남 시집 『푸른 밤의 여로』중에서_ 문학과 지성사

김영남: 1957년 전남 장흥 출생.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정동진역], [모슬포사랑], [푸른 밤의 여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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